사람들이 어떻게 암을 완치했냐고, 식단은 어떻게 했고 병원은 어디가 좋느냐고 물을 때마다 저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됩니다. 제가 말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, 제 경우는 정말 딱히 이렇다 할 항암요법을 쓴 건 아니었거든요. 저는 그냥 먹고 싶은 건 먹고, 자고 싶을 때 자고, 심지어 술을 마시고 싶을 때는 술도 마셨습니다. 암에 걸렸다고 해서 죽을 사람처럼 굴지 않고 최대한 즐겁게 투병하다보니 암이 낫다, 라고 말하면 나무라실 분들이 계실까요?
이 책이 암 투병을 하는 모든 분들게 희망이 될 거라고 기대하진 않습니다. 제 경험은 어디까지나 저의 주관적인 상황인 것이고, 저보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투병하시는 분들에게는 그에 맞는 경험과 지식을 나눌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할 거예요. 다만, 저는 암 투병이 삶에서 꼭 최악만을 주지는 않는다고, 삶은 항상 나빠 보이는 것 이면에 좋아 보이는 것도 함께 숨겨 온다는 걸 이제는 조금 믿게 되었다고 할까요.
암 투병을 하는 분들이 한없는 비관과 절망에 젖어서, 이 사람 저 사람 말에 귀기울이거나 혹은 검증되지 않은 각종 치료요법을 맹신하면서 투병 기간을 좀먹는 부분이 안타까웠습니다. 제가 투병할 때도 주변에 그런 분들이 많았고, 저 역시도 투병 초기에는 그런 마음을 갖고 있었으니까요.
하지만 지나고 보니 암 투병이 제 인생을 낙인찍은 것은 아니었습니다. 암은 암이고 제 인생은 제 인생인 거죠. 암에 걸렸다고 해서 인생이 암에 걸릴 필요는 없다는 점을, 이 책을 읽는 분들에게 꼭 말씀드리고 싶네요. 지금 당장 하하호호 웃을 수 없다고 해서 앞으로도 그럴 거라 쉽게 낙심하지는 마세요. 적어도 이 책에서 제 투병 과정을 읽고 난 이후에는, ‘아, 암에 걸렸다고 해서 무조건 낙담할 필요는 없구나’라는 점을 알게 되실 거예요.
지금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모든 암 환자들에게 이 책이 작은 위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.
평범한 한 아이의 엄마로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던
중 둘째 임신 기간에 유방암 말기 진단을 받고 암
투병을 시작했다. 전문의도 말렸지만 아이도 살리
고, 스스로도 살아야겠다는 결심으로 죽음의 문턱
을 몇 번이나 넘었다. 힘겨운 투병기간을 지나고 완
치가 된 이후 삶이 달라졌다. 지금은 두 아이와 함
께 매년 다른 도시에서 한 달 살기를 하며 삶의 매
순간을 최대한 즐기려고 노력하고 있다